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인 홍명보호가 월드컵 최종예선 2차전에서 오만에 3대 1로 승리했다.
지난 1차전은 홈경기임에도 뒤숭숭한 구장 분위기와 엉망진창이었던 경기장 잔디상태 등 홈구장의 이점을 전혀 누리지 못하고 졸전 끝에 0대 0 무승부로 끝났었다.
이에 비하면 경기 결과는 일단 3골을 넣고 승리했으니 진일보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국내 언론이나 팬들의 평가는 박하고 분위기도 그다지 반전되지 못한거 같다.
물론, 홍명보 감독의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과 축협에 대한 불만이 쉽게 수그러들 일이 아닌것은 분명하지만, 꼭 그것때문만은 아닌듯 하다.
대한민국 축구의 대명사는 속도였다.
2002년에는 여기에 지치지 않는 체력이 가미되며 월드컵 단기 대회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에 세계적으로 유명 선수들이 나타나고, 유럽 선수들 못지 않은 개인기를 자랑하는 선수들이 나타나면서 서서히 스피드의 대한민국은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웃긴건 현재 대한민국 최고의 선수인 손흥민은 스피드가 최고의 장점이다.
이런 선수를 가지고 아시아 팀과의 경기에서도 빠른 속공 경기를 치루지 못하는게 이상할 따름이다.
지난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던 벤투 감독은 빌드업축구를 지향하며 일정한 패턴으로 후방에서 중원을 거쳐 최전방의 선수들에 공을 전달하는 전술을 4년간 고수했었다.
처음엔 답답한 경기력에 팬들의 성토가 이어졌지만, 결국 월드컵에서 다음 라운드 진출에 성공하며 의혹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이후 클린스만을 거쳐 지금 홍명보 감독까지 아직 벤투의 빌드업 축구 경향이 남아있는것 같다.
대한민국의 축구철학 자체가 빌드업 축구로 변모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너무 답답하다.
축구 팬으로서 경기를 보는 것이 너무 지루하고 답답하다.
상대가 약하건 강하건 상관 없이 중원 싸움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수비가 펑펑 뚫리는 광경은 팬으로서 진심 보고싶지 않다.
왜 못하는거 같을까?
분명 한국 축구팀은 지난 1차전도, 어제 2차전도 상대보다 점유율과 공격의 모든 지표에서 앞서는 경기를 했다.
두 경기 모두 이겼으면 좋았겠지만, 그래도 1승 1무를 했다.
그런데도 두 경기 다 확실하게 이길거 같은 생각이 들지 않고 조마조마해 하다 끝났다.
왜일까?
비교하기는 좀 그렇지만... 옆나라 일본은 두 경기에서 확실하게 상대를 누르고 대승했다.
분위기도 좋고 외부의 평도 매우 좋다. 특히 조직력의 축구가 칭찬받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경기에 비해 수치상으로 그렇게 엄청나게 상대를 압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같은 15개의 슈팅을 쏴 그 중 무려 11개를 골대 안쪽으로 보냈고, 이 중 3골이 들어갔다면,
일본은 15개의 슈팅으로 9개의 유효슛을 기록했고 그 중 5개를 골키퍼가 막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바레인은 무려 17개의 프리킥을 기록할 정도로 일본이 수비에서 많은 반칙을 한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한국은 반칙 8개, 프리킥 9개를 내줬다)
결국 한국과 일본은 비슷하게 낮은 수준의 팀과 상대했고, 비슷한 정도로 압박하며 플레이한 것이다.
다만, 비록 슛까지는 미치지 못했더라도 상대의 공격 시 한국의 수비는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노출되는 장면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인 것이 무전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다.
벤투호는 빌드업 축구. 홍명보호는?
벤투 감독은 상대가 강하건, 그렇지 않건간에 우리만의 축구를 일관되게 보여주는 축구 철학을 내세웠고 4년간 꾸준하게 본인의 철학을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에 이식했다.
아시아 팀과의 경기에서도 폭발적으로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유럽이나 남미의 강호들과 대결 때 밀리지 않고 우리의 축구를 구현하며 팬들로부터 본인의 축구 철학을 인정받았다.
홍명보 감독은 이임생이사가 감독으로 추천하며 라볼피아나 전술을 언급해 현재 이 단어에서 헤어나오는게 급선무인것 같다.
사람들은 홍명보 감독이 부분 전술로 3백을 선택할 때마다 라볼피아나를 떠올리며 맞다 틀리다 논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2경기에서 홍명보 감독은 3백을 고수하기 보다는 4백으로 시작해 3백으로 전환했다가 스위퍼도 뒀다가 하며 수비를 계속 변경했다.
문제는 수비 형태가 변경될 때마다 수비에 구멍이 생기며 상대가 공략했다는 건데...
이는, 아직 감독이 공수 진형을 짤 때 구상하는 바를 선수들과 공유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희망적으로 보아) 시간이 해결해줄 것으로 보인다.
아쉽기도 하다.
그동안 유럽 출신 감독들은 처음 몇 경기는 투입되는 선수들에 명확하게 롤을 부여하며 자신의 전략, 전술을 쪽지와 통역을 총동원해 경기장에 투영하고자 노력했었다.
통역이 필요 없는 홍 감독이 이런 부분을 놓친거 같아 아쉽다.
단지 자신과 오래 함께 했던 울산 출신 선수들을 많이 기용한다고 해서 저절로 풀릴 것이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홍명보 감독이 어떤 축구 철학을 대한민국 남자 축구 대표팀에 이식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말로 명확하게 표현한 것도 없고...
(물론, 지금은 욕먹는데 정신 없기도 하겠지)
한 사람의 축구 팬으로서 기대하는 것은, 이길 팀은 확실하게 이기고 강팀과 경기에 밀리지 않는 축구팀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뭐 항상 이기면 얼마나 좋을까마는... 브라질도 독일도 지는게 축구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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