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예고되었던 역대급 강등대전이 5라운드 중 2경기를 치뤘다.
한 마디로 전에 없던 경기가 쏟아지고 있다.
34라운드에서 성남에 진 포항은 35라운드 홈에서는 강원에 4골을 때려넣으며 분풀이하고 스플릿B 맨 위인 7위에 복귀했고, 34라운드에서 인천에 덜미가 잡힌 서울은 광주에 3골 실점 후 4대 3으로 대역전승하며 다시금 분위기를 다잡는데 성공했다.
반면 34라운드에 승리한 성남과 인천은 1골씩만 넣고 승점도 1점씩 (사이좋게) 나눠가졌다.
하지만 강원과 광주는 두 팀 모두 1무 1패로 승리하지 못하며 강등에 직면하는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 결과 포항과 인천의 승점 차이는 1점으로 좁혀졌고, 승점 37로 같았던 성남, 서울, 강원의 승점은 41-40-38로 벌어졌고 최하위는 여전히 광주다.
이게 축구다. 서울의 대역전극 (광주 3 vs 4 서울, 광주)
34라운드에서 인천에 덜미를 잡힌 서울은 최하위 광주를 잡으러 떠났다가 후반 50분 만에 내리 3실점하며 패색이 짙어졌다. 지난 인천 전 초반에 1명이 위험한 플레이로 퇴장당한 후 경기를 내주고 이 경기까지 영향이 미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후 광주가 승리의 기분에 도취된 것인지 우왕좌왕하다가 결국 후반 64분 알렉스의 자책골 이후 서울에 내리 2골을 내줬다. 스코어 3대 3에서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은 후반 87분 기어이 고요한이 골을 만들어냈다.
경기 후 광주선수들은 피치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고, 서울 선수들이 위로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서울은 선수 면면에서 파이널 B에 떨어져서는 안되는(?) 팀이다. 팬이나 구단의 기대에 못미쳐도 한참 못미치는 현재 순위이지만 강팀은 강팀. 광주에 무려 3골이나 뒤져 있는 상황에서도 일단 페이스를 올리고 승기를 잡자 3골 차이는 아무것도 아닌것이 되어버렸다.
광주는 3골차로 앞선 시점에 전원 수비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상적인 경기도 아니고 어정쩡한 스탠드를 유지하다 다 잡은 승리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 경기 승리의 주역은 주장 고요한이었다. 결승골의 주인공이기도 한 고요한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전반전에 좋은 득점 기회를 하나 날렸다"면서 "더 집중해서 제대로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후반전에 임했다. 경기 전에 (주장인) 기성용을 비롯한 동료들이 모여 '오늘 지면 강등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하자고 다짐했다"면서 "이렇게 승리를 거두게 돼 정말 기쁘다"라고 말했다.
서울이 이 날 만약 광주에 졌으면 5경기 중 2패, 광주와의 승점 차이가 단 1점에 불과한 11위가 되는 위기였다.
반대로 광주는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았어야 이후 반전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 경기 패배로 나머지 3경기를 모두 이겨도 승점이 42에 그쳐, 35라운드 현재 승점 44인 인천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즉, 이 서울 vs 광주 경기 결과로 인해 포항과 인천이 일단 탈 꼴찌를 예약한 것이다.
다행히(?) 이날 광주의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본 관중이 얼마 안된다. 이 경기에 입장한 관중은 공식기록으로 932명에 불과하다. 플레이 오프를 진행하는 야구에는 비하지 못한다 하지만, 팀 성적이 안좋으니 관중동원도 실패한 모양이다.
지지 않는 게임을 하는 팀의 경기는 재미가 없다. 성남 1 vs 1 인천
성남은 과거 일화를 등에 없고 세계 유수의 클럽을 초청해 대회를 치루던 그야말로 아시아를 넘어선 빅 클럽이었다. 이후 시민구단으로 거듭나며 선수단의 면면은 달라졌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것이 관중동원의 한계이다.
과거 일화는 종교색으로 성적과 별개로 관중이 없는 팀이었다면, 지금은 성적도 고만고만하고 관중도 별로 없는 팀이 되어버린거 같아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짙은 팀이다.
아무튼 김남일 감독이 이끄는 성남은 올 시즌 롤러코스트를 탄 것 마냥 경기력이 들쭉날쭉해 의아심이 들게 하는 팀이다. 성남의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이자 코로나로 순연된 24라운드에서 무려 울산을 상대로 2대 1로 승리하고 파이널 라운드 첫 경기에서는 포항마저 잡으며 다시금 좋을 때의 그 팀의 폼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인천을 맞이한 35라운드 경기에서도 초반 기분 좋은 선제골로 앞서나갔다.
경기를 전반적으로 주도하며 인천을 압박한 성남의 플레이는 전체적으로 짜임새가 보였고 이대로면 3연승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성남은 장신 뮬리치를 후반 20분 정도만 활용한 반면, 인천은 장신 공격수 김현을 선발로 내세워 끝까지 뛰게 한 차이가 있었다. 인천은 전반전 경기 내내 뒤쳐지고 성남의 압박을 풀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딱 한 방으로 1대 1 동점을 만들었다.
김현은 서울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골이고 올 시즌 6호골을 기록했다.
그런데 치열했던 경기가 후반 20분경 송시우와 안진범의 충돌로 인한 경기 중단 이후 경기는 급격히 소강상태로 전환된다. 그나마 성남은 선수 교체를 시도하며 분위기를 가져오려 노력했지만, 인천은 경기 막판 90분이 지난 시점에서야 시간 끌기용 선수교체만 했을 뿐이었다.
앞 서 펼쳐진 서울 vs 광주 경기 결과로 인해 최하위를 면하게 된 인천이 강원전을 위해 힘을 아낀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근본적으로 인천의 주요 전술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항상 23세 이하 선수 2명을 선발로 내세운 후 최대한 상대팀의 체력을 방전시키고 전반 막바지, 또는 하프타임때나 후반에 주축 공격수를 투입하는 전술을 내고 있다.
그런데 이 전술은 울산전이나 이날 성남 전처럼 경기 초반에 실점해버리면 의미가 없어진다. 비 주전 선수들이 상대 선수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 대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경기도 전반 6분만에 실점하고 조성환 감독은 전반 17분 송시우와 김도혁을 준비시킬 수 밖에 없었다.
중원 싸움에 뒤지니 최전방에 공이 도달하지도 못하는 상황을 타파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하지만 김현의 골은 델브리지의 롱킥에 이은 헤딩골이었다.
송시우는 빠른 발과 높은 골 결정력을 지녔지만, 인천에서 주로 후반 20분 이후에 출전해 체력이 방전된 상대 수비진을 유린하고 골도 노리는데, 이날은 전반 19분부터 경기 끝까지 뛰느라 시우타임을 만들지 못하고 말았다.
결국 이날 경기는 전반과 후반이 극명하게 다르게 펼쳐지며 전반 1골씩 나눠가진게 끝까지 유지되고 말았다.
인천의 이런 전략은 인천을 응원하는 이 외에는 재미없는 경기를 하는 팀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성남 또한 뮬리치의 투입 이후 뮬리치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은 이전 울산, 포항 전에 진이 다 빠진건지 후반 막판에는 제대로 뛰지도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이전 같으면 시즌이 끝날 무렵인데, 올 시즌은 코로나로 인해 AFC 등 모든 일정이 꼬이면서 막판에 3~4일 간격으로 강행군이다. 아무래도 시민구단처럼 선수층이 두텁지 못한 팀들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일정이다.
어쩌면 오늘 광주의 패인일지도 모른다.
다음 라운드는 11월 7일 일요일에 진행된다.
모쪼록 체력 회복하고 모든 선수들이 정상 컨디션에서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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