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의 멋진 골 축하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축구 캐스터 배성재가 경기 후 인터뷰에 나선 손흥민 선수에 건넨 첫 인사다.
한국 축구는 오늘 지옥 문턱까지 갔다 왔다.
요즘 우리나라 축구장의 잔디들이 수난이다. 코로나로 인해 K리그 경기일정이 뒤로 밀려 안그래도 여름과 장마를 지나며 뿌리가 약해진 잔디가 잦은 경기로 인해 완전히 엉망진창이다.
부분부분 보수공사를 계속하고는 있지만 리그가 진행 중이라 제대로 된 보수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대한민국 국가대표대 시리아 전은 상암경기장이 아닌,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치뤄졌다.
수도권에서 치뤄지는 경기라 이날도 무관중으로 진행되었다.
손흥민 선수가 공항 입국하며 이번에는 관중이 꼭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표혔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아쉽고 답답한 전반전
시리아는 유명한 유럽 빅리그 출신 선수는 없지만 사우디 등 중동 주요리그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는 준수한 수준의 공격수를 보유하고 있는 팀이다.
그래서 공격에 어느정도 자신이 있었던 건지, 전방 압박 전술을 들고 전반전을 임했다.
일반적으로 약팀은 강팀과 경기할 때 소위 텐백이니, 두줄버스니 하는 극단적 수비전술로 임하는게 보통이다.
시리아도 이날 이런 수비전술로 임하지 않을까 했지만, 시리아의 감독은 최후방부터 빌드업을 중시하는 한국전에 특화된 전술을 선택한것 같았다.
한국팀이 자기 진영에서 공을 돌릴 때 전방 압박을 통해 공을 빼앗게 되면 빠른 공격수들이 역습을 통해 골을 노리는 전술인데, 그 덕(?)에 한국은 특유의 빠른 윙을 통한 공격이 활로를 찾아 적극적으로 공격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K리그나 국대나 고질적으로 크로스의 질이 좋지 않다.
그래서 설사 날개가 수비를 뚫고 전진해도 최전방 공격수에 정확하게 공이 전달되지 못했다.
더구나 이런 와중에 간간이 생신 결정적 찬스는 번번이 골대를 크게 벗어난 슛으로 모두의 어께에 힘을 빼버리곤 했다.
특히, 이날 황희찬은 90분 내내 지치지도 않고 매우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는듯 했지만 무려 4차례의 결정적 찬스를 무위로 만들어 버렸다.
항희찬 선수는 오늘 숙소에서 이불킥 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이는 수치로도 엿볼 수 있다.
이날 한국은 전반전에 모두 10개의 슛을 기록했지만 유효슛이 0 이었다.
뭐가 어떻든 골을 골대 안으로 향하게는 해야 골이 들어가든 말든 할터인데, 한국은 골을 기록할 기회 자체가 없었던 셈이다.
그나마 전반전을 3등분해서 마지막 3분지 1에 해당하는 시간동안에만 슛 등이 활발히 나왔고
나머지 시간은 그야말로 답답한 경기력을 반복할 뿐이었다.
차범근 선수는 해설할 때 부분전술을 자주 언급했다.
선수간 3각패스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는 움직임과 이에 호응해 공을 보내는 등 몇몇 선수간의 호흡을 요하는 전술이다.
이 부분전술은 그야말로 경기 중에 상황에 맞게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적절한 전술을 선택하는 것인데,
우리 선수들은 고집스럽게 감독의 전술을 유지하려는듯 보였다.
아무튼 답답한 전반은 0대 0으로 끝났다.
시리아는 경기 시작부터 경기장 전체를 커버하는 압박을 유지했다.
이 전술은 상대의 공격전개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게 하는 효과가 있지만, 그와 정비례로 선수들의 피로도가 많이 쌓이게 된다.
이동국 해설위원은 이날 계속해서 후반에는 시리아 선수들 체력이 바닥이 날것이라고 얘기했는데,
시리아는 후반 시작과 함께 눈에 띄게 발이 느려졌다.
결과적으로 우리 선수들은 전반 막판처럼 시리아를 코너에 몰아넣고 공격을 휘몰아쳤다.
그 과정에서 벤투호의 믿을맨 황인범의 골이 나왔다.
중거리 슛이었는데 골키퍼의 손이 채 도달하지 못하게 골대 오른쪽 아래 구석에 꽃혀 들어갔다.
경기가 1대 0으로 끝나는가 싶은 시점에 시리아의 골이 나왔다.
한국 왼쪽 수비를 무너뜨리고 올라온 크로스가 뒤로 흐르는 시점 마침 그곳에 있던 시리아의 하르빈 선수가 멋진 터닝슛으로 한국의 골망을 갈랐다.
이 골 자체는 정말 멋진 슛이었다.
이때의 시간이 후반 38분.
이렇게 끝나면 한국은 홈 3연전에서 1승 2무를 기록하게 된다.
앞으로의 최종예선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것임에 틀림 없었다.
벤투감독은 조규성을 투입하며 한국 공격에 속도를 더하는 조치를 취했다.
후반 투입된 이동준과 조규성이 시리아 진영을 헤집었고 경기 종료 직전에 얻은 프리킥에 이은 김민재의 헤딩, 손흥민의 멋진 슛으로 천금같은 골을 얻어내었다.
손흥민의 골은 후반 44분에 얻었다.
이 정도면 농구의 버저비터에 준하는 골이 아니겠는가.
이대로 경기는 종료되었고, 한국 팀의 모든 코치진과 선수들이 손흥민에 축하와 격려 그리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렇게 스타가 완성되는것 같았다.
경기 후 벤투 감독은 인터뷰에서 더 많은 골을 기록했어야 했다고 아쉬워 했다.
그건 이 경기를 본 모든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낀 부분이다.
실재로 더 많은 골이 기록될 수 있었던 경기였다.
시리아 팀 감독은 얼마전 EPL에서 들었던 기자회견과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바로 손흥민 때문에 졌다는 것이다.
마흐루스 감독은 "경기 내내 라인 브레이킹이 뛰어난 손흥민 때문에 어려웠다"며 "결승골까지 넣었으니, 손흥민 같은 좋은 선수가 있어서 한국이 선전한 것 같다. 오늘 손흥민이 경기를 지배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손흥민에게 최대한 공간을 안 주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결국 손흥민에게 공간을 내준 한 장면에서 골까지 실점했다"며 "오늘 한국은 공간 침투도 좋고 경기력도 좋았다. 한국의 스피드를 쫓아가는 데 어려웠던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다음 경기 상대는 이란이다.
올 최종예선 일정에선 첫 번째 원정경기인데, 지난 40년동안 이란 원정에서 7경기중 2무 5패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기에 모든 선수단이 부담을 가지고 있는것 같다.
축구협회는 선수단의 먼 이란 원정길에 전용기를 제공하며 물심양면 첫 승리를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러시아 등 땅덩이가 넓은 국가에서 축구를 하고 있는 황인범이 크게 기뻐하는 인터뷰 기사도있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경기력으로는 이란에 승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이란은 네덜란드 득점왕 등 골 결정력이 좋은 공격수를 중심으로 한국에 비수를 꽂으려 할 것인데,
우리는 김민재만 바라보고 있어서는 이길 수 없다.
손흥민, 황의조, 황희찬, 정우영 등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크게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을 최대한 활용한 맞춤 전술을 기대하지만 벤투 감독 특성 상 어려울것 같다.
그래도.... 이번에는 기필코 승리의 깃발을 꽂고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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