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에 부는 바람의 변화도 미리 계산해 내는 인물 제갈공명.
비록 소설 속 등장인물이지만 신기에 찬 그의 지혜가 필요한 시절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전역을 휩쓸고 있는 요소수 사태를 보니 드는 생각이다.
야당 대선 후보인 윤석열은 10월부터 수출금지 된 것을 정부는 뭐했냐고 일갈하였다. 그런데, 중국의 수출금지는 10월 15일이고 윤석열의 주장 시점은 11월 5일이다. 요소수 가격이 10배로 뻥튀기된 시점은 그보다 일주일이나 앞선다.
이쯤 되면 윤석열 후보는, 정부가 민간의 수출입 품목의 공급망 전체를 꽤뚫고 있어야 하고 사전에 대처하는 혜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빅브라더 정부를 꿈꾸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재 지구 최강국 미국의 바이든이 자국에 시급한 반도체에 대해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의 생산, 공급망 정보를 수집하는 것도 한 방에 진행되지 않는 마당에 북한, 중국 같은 공산주의 국가가 아니고서야 어찌 모든 산업군에 필요한 물품을 정부가 알아서 잘 준비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최근의 요소수 사태는 한 마디로 나비효과를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세계 경제가 촘촘하게 맞물려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요소수란?
요소수는 SCR (Selective Catalityc Reduction) 즉, 선택적 환원 저감장치의 촉매이다.
지금 사태로 잘 알려진대로 요소수는 디젤차 등의 매연 저감에 사용된다.
요즘 생산되는 경유차의 엔진은 가솔린 엔진에 비해 완전연소에 가까워 미세먼지 생산이 저감되는 대신, 질소산화물(NOx)이 많이 배출된다. (반대로 질소산화물의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된다)
이 2가지 오염물질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기술이 바로 요소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질소산화물이 배출되기 직전에 요소수와 섞어서 질소산화물을 질소와 물로 변환시켜버린다. 두 물질 모두 인체에 무해하므로 비로소 친환경 자동차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또, 이 기술은 출력에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니기에 더더욱 디젤자동차에 필수 장치로 채택되었다.
요소수의 구성
요소수는 요소와 물을 섞은 것인데, 비율은 요소가 약 30~35% 정도 포함된다.
요소는 암모니아를 희석한 것이다. 정확하게는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의 화합물이다.
이 암모니아는 수소와 질소로 만든다.
즉, 요소수의 원료인 요소를 만들기 위해서 이산화탄소, 수소와 질소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이산화탄소는 배출되는 곳이 많으므로 채집이 쉽고, 질소 또한 공기 중에 많이 녹아 있어 추출이 쉽다.
반면 수소를 얻기 위해서는 물을 전기분해하거나 석탄, 석유, 가스 등 화석연료를 태우는 과정에 생산할 수 있다.
전기분해하는 것이 공해도 없고 좋겠지만 아직은 석탄 등에 비해 단가가 비싸 생산량이 매우 적다.
중국은 이 중 석탄을 이용한 생산을 하고, 매우 저렴하게 공급하며 세계 시장에서 가장 큰 수출국이 되었다. 하지만, 이것도 2018년 이후 급격히 꺾이며 지금은 세계 공급시장에서 10~15%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 사태 전말
이 사건은 호주와 중국의 관계 급냉에 기인한다.
중국과 호주의 외교적 갈등은 지난 2018년 호주가 화웨이의 5세대 이동 통신 네트워크 참여를 금지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이에 맞서 중국도 수입규제로 호주와 부딪히기 시작하며 호주에서 생산된 목재, 와인, 구리, 석탄 등은 모두 수입 제한 대상이 됐다.
그런데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호주의 대처가 중국의 의도대로 되지 않았다. 호주는 파이브 아이즈 가입국이기도 한 만큼 군사적 경제적으로 미국의 최우방으로 유럽의 국가들처럼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중국 외에도 수요처는 많다는 배짱을 부리는데, 이게 시간이 지나고 보니 중국의 자충수가 된 것이다.
때마침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 극악의 대기환경으로 이슈가 몰리자 석탄 생산을 지속적으로 줄여오던 시점이었고, 세계에 목소리를 키우고싶던 시진핑은 2020년 9월 유엔 총회에서 2030년까지 탄소 배출 감소세로 전환할 것을, 2060년까지 탄소 중립국이 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에서 석탄의 생산, 사용을 급격하게 줄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석탄의 생산감소에 따른 전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원자력 발전소를 계속 짓고 있으나, 원전은 짓는데만 10년 이상이 걸리기에 당장은 전력부족을 비롯한 많은 경제적 부작용을 겪게 된다.
그런데, 이 시기에는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 있었는데, 질산-요소 비료의 주요 원료인 요소가 석탄을 매게로 생산된다는 점이었다. 중국은 석탄을 바탕으로 요소를 생산하는데, 특히나 지금은 난방용 전력에 쓸 석탄도 모자라는 상태이므로 요소 생산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가격은 2배 이상 뛰었고, 가격이 더 뛸 것을 우려한 수입선에서 주문을 늘리자 비료에 쓰일 요소도 수출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히 중국정부가 요소를 비료에 우선 쓰도록 하기 위해 일단 수출부터 막은 것이다.
이 시점이 2021년 10월 15일이다. 중국은 10월 11일 비료 관련 29개 품목에 대해 수출 전 검수 절차를 추가하는 규제를 발표했고, 10월 15일 요소의 수출을 제한해버렸다.
이 사안이 한국에 전달된 시점은 약 1주일만인 10월 21일 경으로 알려졌다. 중국에 있는 공관으로부터 산자부로 보고가 된 것이다. 산자부는 중국과 협상을 시도했으나, 보름도 안되어 규제를 풀거면 규제하지도 않았겠지. 협상은 무위로 돌아가고 국내시장에 요소수의 가격에 심상찮은 움직임이 보였다.
사실 현재 국내 보유한 요소의 양과 요소수의 양을 계산하면 아직 약 3~4개월 정도 버틸 수 있는데, 이게 입소문과 특히 메스컴의 보도 이후 급격히 시장이 얼어붙어버렸다. 언론에서 물류대란을 예고한 마당에 화물 종사자들은 1리터라도 더 요소수를 확보해야 본분을 다 하는게 되기 때문이다. 이는 화장지나 라면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 시기 정부 당국자의 안일한 언론 대처도 한 몫 했다. 일본이었으면 아마도 "아직은 문제 없다. 문제가 생길지 관련 부처, 업계와 확인 중이다" 정도로 말했을 텐데, 한국의 관리께서는 이미 알고 있음을 자랑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현재로서는 중국에 기대는 것 밖에 방도가 별로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하고 만다.
이것은 그야 말로 불길에 기름을 확 끼얹는 효과를 내고, 결국 국무총리가 초기대응이 미흡했다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사전 예고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중국의 석탄 감소를 보고 바로 요소 수입을 대비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것은 사실 요소 수입과 생산, 판매에 생계를 건 이들이 제일 잘 알았을 것이다. 롯데같은 대기업에서도 전혀 대비하지 못하고 헛발질 하던 상황에... 적어도 한국에 요소 관련 제갈공명은 없었던 것이다.
롯데는 요소수 수요가 급증하자 갑자기 롯데마트를 통해 구입할 수 있도록 판매를 확 풀어버렸다. 결과는? 일주일도 안돼서 판매 중단되었다.
정부는 급하게 베트남, 호주 등에서 일부 수입 협상을 하고 있으며, 코트라가 전세계에서 수입선 확보를 위해 뛰고 있다고 한다. 몇 몇 수입선 확보도 했다고 하고.. 물론 협상을 진행하는 중이겠으나 우리가 급하니 비싸게라도 사오게 되겠지.
2020년 기준 우리나라의 요소 수입량은 약 83만톤이다. 이중 47만톤이 농업용이다. 29만톤은 산업용, 8만톤 정도가 차량용으로 사용된다. 지금 디젤차의 요소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는 얘기다. 중국과의 가격경쟁에 뒤지자 바로 사업을 접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군으로는 장기적으로 풀 수 없을지도 모른다. 수입선의 다변화 외에 중소, 중견기업이 요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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