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율이 세계적으로 높다는 것은 기사를 통해 이미 많이 접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 수치가 이토록 높은줄은 미처 몰랐다.
특히 표에서 살펴보면,
1990년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2% 언저리로 서구 다른나라보다는 높은 편이었지만,
3%인 일본보다 많이 적은 비율이었다가
1997년에 역전하고, 2010년 경에는 세계적으로 특이할만치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다.
이후 점차 내리막 추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다른 나라의 추세선을 보면 대체로 비슷한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만 그야말로 극적인 그래프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갑자기 궁금해졌다.
도대체 1995년에서 2010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우선 이 시기에 있었던 주요 사건을 한 번 살펴보자.
1991년 남북은 UN에 동시가입을 하고
1992년 한-중 수교를 맺는 등 국제적인 뉴스는 있지만 1990년대 초반 국내적 이슈는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기초-광역단체 지방의원 선거는 1991년에 있었지만 이는 사건은 아니지...)
1993년(자살률 2.13%)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금융실명제"를 발표했다.
1994년(2.27%)에는 "성수대교 붕괴"가 있었고,
1995년(2.45%)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있었다.
1997년에는 IMF구제금융 이 있었다. 나라살림이 파탄난 것이다.
(이 해에 일본보다 자살률이 높아졌다. 3.02%, 일본 2.94%)
이 시기 무수히 많은 기업과 가정이 경제적 파탄으로 내몰렸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들이 급격히 늘었으리라 짐작은 간다.
1998년(3.36%)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한 해이다.
본격적으로 북한과 화해무드가 진행되었고, 대표적인 사건은 정주영의 방북과 금강산관광사업이 시작된 것이다.
(참고로 북한은 이 즈음 김정일이 공식적으로 권력을 승계했다)
1999년(3.49%) IMF를 잘 버티는가 싶었던 대우가 공중분해 되었다.
같은 해에 연평해전이 발발했다. 정치적으로 화해무드가 진행되던 시점에 뭔일인가 싶었지만, 적어도 군대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고 국경 방어에 최선을 다하는건 확인한 사건이기도 했다.
2000년(3.66%) 미국과 유럽에서 광우병 파동이 휘몰아쳤다. 한편, 한국에서는 첫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었다.
이후 6.15 남북공동선언이 채택되고 이산가족교환방문도 이뤄졌다.
2001년(3.98%) 미국에서 여객기를 납치해 무역센터 빌딩 등 여러곳에 추락하는 테러가 발생하여 많은 이가 죽고 다쳤다(911테러).
2002년(4.36%)에는 그 유명한(?) 한-일월드컵이 열렸다. 한국의 4강도 화제였지만, 당시 한국 곳곳에서 벌어진 전국민의 붉은악마화 광장응원문화는 전세계에 신선한 문화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월드컵이 한창일 때 연평도에서는 또 한번 남북이 해전을 벌이는 사건이 있었다.
2003년(4.82%)에 대구 지하철에 대한 방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왔는데, 당황한 기관사가 열차의 문을 잠가버린 바람에 참사가 더 커졌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후 지하철 사고에 대비하는 홍보와 교육에 많은 힘을 쏟는 계기가 되었다.
2004년(5.17%, 드디어 자살률이 5%가 넘어버렸다)에는 911테러로 촉발된 전쟁의 일환으로 이라크에 군인 파병이 있었고, 노무현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의결되었으나 헌재에서 기각되었다.
2007년(5.91%)에는 2번째 남북정상회담이 있었다. 그런데, 처음도 아니었고 노무현당시 대통령의 임기말 업적을 위해 무리한 느낌도 있어서 2000년때만큼의 반향은 없었다.
2008년(6.24%) 유럽과 미국을 휩쓸었던 광우병파동이 한국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실 광우병 자체의 문제가 발생한건 아니고, 노무현대통령 때 진행했던 한-미 FTA 협상결과에 불만이 있던 미국에서 한국 새 정부에 재협상을 요청했는데, 이때 미국산 소고기 수입제한을 풀어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당연히 국민(농민 포함)들의 반발이 있었는데... 중간에 진영논란으로 번지면서 본질이 훼손되어버렸다.
2009년(6.57%) 충격적이게도 전임대통령인 노무현대통령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국가지도자가 자살한 아마도 첫 사례일것이다.
김영삼 -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 등 3명의 야권출신 대통령 재임이 끝나고 (물론, 김영삼대통령은 대선 직전 당통합을 거쳐 여당 신분으로 대통령이 되었지만 평생을 야권에서 정치를 했던 인물이고 그래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에 대한 단죄도 가능했었다고 생각한다) 드디어 정권교체에 성공한 보수정당은 사회운동이나 시위에 강압적으로 대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2009년의 용산사태이다.
2010년(6.61%, 이 해를 기점으로 자살률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다행이지만, 아직도 다른 나라들보다 2~3배 높은 수준이다) 훈련이 진행중이던 연평도에 북한에서 포를 사격하였다. 전쟁으로 진행되지 않은게 신기할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데, 당시 이명박정부가 왜 그렇게 소극적으로 대처했는지는 아직도 미스테리다.(김대중, 노무현정부와는 다른 정책기조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2013년(6.10%)에는 금강산에서 여행객이 북한군의 사격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이에 남북 협력은 물건너가고 개성공단 완전철수, 금강산관광 중단 등 일체의 협력사업이 중단되었다.
(이후 문재인대통령때 다시 협력을 시작하는가 싶다가 이번에는 트럼프에 뺨맞고 한국에 화풀이하듯이 북한에서 물꼬를 막아버렸다)
2014년(5.88%) 인천에서 출발해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수백명의 고등학생과 함께 침몰하는 사고가 발생한다.
결국 이사건을 계기로 박근혜대통령 하야 요구가 거세졌고, 이후 최순실 사건과 함께 탄핵당하고 만다.
사건, 사고만으로 급증하는 자살률을 이해하는것은 어려웠다.
산업화, 핵가족화 등 공동체가 해체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한 이유도 있을것 같다.
우리나라는 특히나 독보적으로 빠른 경제발전을 경험하고 있고, 그만큼 부작용도 큰 것 같다.
그렇다면 국가적으로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OECD 자살률 1위 한국과 G7 자살률 1위 일본을 비교해보면, 비록 한국보다 일본의 경제력이 월등히 큰 것은 사실이지만 1인당 예산으로도 이토록 차이가 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런데 저 도표의 한국 예산은 2017년에 비해 2배가 오른 것이라고 한다. 그것은 2000년 ~ 2010년 사이에 급증하는 자살률을 국가적,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지 못하고 예산편성도 없거나 극히 미미했다는 얘기이다.
지금이라도 자살 예방을 위한 인력과 조직의 편성, 예산의 집행과 다양한 정책과 활동을 통해 한 명이라도 줄이겠다는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
일본은 여전히 G7 자살률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지만, 지난 10년여 사이에 자살률이 36%나 줄었다고 한다.
저들이 어떻게 노력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제 많은 훌륭한 분들이 차기 대통령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부디 대통령이 바뀌어도 자살 방지 정책에 대해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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