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탁으로 알아본 음원 사재기

서울경찰청은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사재기 혐의로 이재규 밀라그로 대표를 11월 1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동안 영탁과 소속사는 음원 사재기 의혹에 절대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이로써 대표의 독단행동일지언정 영탁이 불법적 행위로 인한 수혜를 입었음은 틀립없는 사실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규 대표는 2018년 1월 발매된 영탁의 노래 ‘니가 왜 거기서 나와’ 음원 순위를 높이고자 사재기를 의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음원 사이트 스트리밍 수를 조작할 수 있는 마케팅 업자를 소개받은 후, 업자에게 3000만 원을 주고 사재기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규 대표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이번 사건의 혐의점을 모두 인정하고 있으며 깊이 반성하고 후회하고 있다”며, "이번 건은 제가 독단적으로 진행했으며 당시 가수는 음악적인 부분과 스케줄을 제외한 회사의 업무 진행 방식에 관여 등을 할 수 없었고 정보 또한 공유 받지 못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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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사재기

 

그러면 도대체 음원 사재기가 뭐고 어떻게 이뤄지는 걸까?

 

 

일단 음악진흥법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자. 아래는 이 법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제26조(음반등의 유통질서 확립 및 지원)
① 제2조제8호부터 제11호까지의 규정에 따른 영업을 영위하는 자 또는 음반등의 「저작권법」에 따른 저작자 및 저작인접권자(이하 "음반·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라 한다)는 다음 각 호의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1. 음반·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 제작·수입 또는 유통하는 음반등의 판매량을 올릴 목적으로 해당 음반등을 부당하게 구입하거나 관련된 자로 하여금 부당하게 구입하게 하는 행위
2. 음반·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이 제1호의 행위를 하는 사실을 알면서도 해당 음반등의 판매량을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행위
3. 그 밖에 음반등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방해하는 행위로 문화체육관광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②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음반등의 건전한 유통문화를 조성하기 위하여 관련 기관·단체 또는 개인에게 필요한 경비를 지원할 수 있다.
③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또는 시·도지사는 음반등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음반·음악영상물관련업자등에 대하여 다음 각 호의 조치를 할 수 있다.
1. 업무에 관한 보고명령
2. 관계 자료의 제출명령
3. 음반등의 판매집계 제외명령
4. 그 밖에 음반등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확립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

제34조(벌칙)
 (중략)
③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18조 제1항의 규정을 위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노래연습장업을 영위한 자
2. 제22조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의 규정을 위반하여 청소년을 출입하게 하거나 주류를 판매·제공한 노래연습장업자
2의2. 제26조 제1항을 위반하여 금지행위를 한 자 또는 같은 조 제3항에 따른 명령을 이행하지 아니한 자
3. 제27조 제1항의 규정에 따른 영업정지명령을 위반하여 영업을 계속한 자(제1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영업등록을 한 자에 한한다)
4. 제29조 제3항의 규정에 해당하는 음반등을 제작·유통 또는 이용에 제공하거나 그 목적으로 진열·보관 또는 전시한 자

 

 

음원 사재기란, 브로커를 통해 일정 금액의 돈을 지불한 뒤,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돌려서 음악 순위 목록 및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등 음원 관련 기록 자료들을 조작하는 불법 행위를 말한다.

 

이게 예전에는 신곡을 낸 가수의 소속사에서 음반을 대량 구입해 순위를 조작하는 음반 사재기가 성행했는데(위 법률 중 26조 1항 내용), 이제는 시대가 변하여 음원을 사재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음원 사재기에 대한 이슈는 2018~2019년에 크게 일었고, 급기야는 정부에 실태 파악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때 실제로 사법부에서 수차례 조사를 벌였지만, 자료 부족 및 근거 빈약 등의 이유로 증거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하였다. 당시 발표에 의하면, 정황은 여럿 잡았는데 이게 진짜 사재기로 인한 것인지 결정적 물증은 잡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번 경찰 수사에서 영탁의 사례가 꼬리 잡히며 음원 사재기가 실제로 있음이 명확해진 셈이다.

 

 

저 당시 언론 보도를 찾아보면 상당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그중 음원 사재기가 어떤 절차로 행해지는지 다룬 기사를 찾았다. (이데일리 2018. 4. 26일 자 기사)

음원사재기 프로세스 (2018년 이데일리 기사에 실린 이미지)

 

위 그림에 보면 돈이 입금되면, 사기단은 ① 작업에 투입할 ID와 인증정보 등을 준비한 후, ② 테스트를 거쳐 의뢰자에 효과를 증명해 보이고 ③ 일정 기간 (약 2주 정도) 차트에 영향을 미치도록 대량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실행한다. 

※ 실패하면 보완해 재 시도도 한다. 

 

이 기사에 의하면, 이런 작업에 투입되는 아이디는 1억에 1만 개 정도가 수집/ 사용된다고 하는데 인증서 등 민감정보가 저렇게 쉽게 뚫린다는 사실에 아연실색하게 된다. 사기단은 수십 대의 컴퓨터, 휴대폰 등 단말기를 통해 쉴 새 없이 타깃 음원을 다운로드하거나 실행한다. 

 

 

저들이 저런 방법으로 사재기할 수 있는 것은, 멜론 등 음원 유통사가 제공하는 차트가 단순히 음원 이용 집계로 끝나지 않고 각종 순위 집계에 주요 지표로 사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과정에 대부분의 경우, 정작 가수들은 이 사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음원이나 음반이 발표되면 당분간은 소속사에서 영업하는 대로 발에 불이 나게 뛰며 스케줄을 소화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음원 사재기는 보통 음원 발표 1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진행된다고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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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아이유, 블랙핑크, BTS 같은 이들은 음원 발표를 본인 블로그에 한 줄만 써도 홍보가 따로 필요없을 정도로 많은 이들에 순식간에 전파될 것이다. 하지만, 신인이거나 지명도가 낮은 가수는 어떻게 해서든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서 음원이 많이 노출되기를 희망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부조리가 만연하게 되면, 결국 그 사회는 정상적으로는 단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낙후된 사회가 되고 만다. 우리는 불과 20년 전까지만 해도 부패지수가 세계 탑을 찍던 나라에서 살고 있었다. 

 

 

이제야 겨우 문화적으로 경제적으로 선진국답게 살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데, 이렇게 탈/불법의 소식을 접해 착잡하기 그지 없다. 극단적으로 BTS 의 빌보드 차트도 의심받는 상황까지 전개되면 과연 피해자는 누가될까를 생각해봐야 할것 같다. 

 

 

그리고 음원 유통사의 ID가 이렇게 쉽게 많이 유통되고 있음에도 개탄을 하게 된다. 개인정보 보호 중 가장 기초적인 부분에서 신뢰가 깨지는 기분이다. 

 

물론 많은 유통사가 의심스러운 행위를 감지하는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이 ID 유출만 없어도 저런 사기단의 행보는 없었을 것이다.